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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자회사도 위기…첫 단체교섭

스노우·네이버웹툰 임단협 나서
경영 효율화로 자회사도 직격탄
구조조정 확산에 IT 노조 공동 대응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와 네이버웹툰이 처음으로 임금·단체협약(임단협)에 나선다. 본사 경영 효율화 방침에 따라 자회사도 인력 재배치나 서비스 축소가 진행되면서 단체교섭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2일 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올해부터 자회사 스노우와 네이버웹툰 임단협에 나선다. 기존에는 사업법인 중 본사인 네이버와 본사 B2B(기업 간 거래) 인력들이 통합된 네이버클라우드만 교섭을 진행했다.
경기 성남 네이버 본사.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노조가 교섭 범위를 넓힌 것은 경영 효율화 바람이 확산한 영향이다. 본사가 허리띠를 졸라매자 타격을 받은 자회사를 중심으로 단체교섭 요구가 높아진 것이다.
스노우가 대표적이다. 작년 말 영어교육 애플리케이션(앱)을 서비스하는 자회사 케이크의 인력을 재배치했다. 지난 5년간 적자가 지속되는 등 사업 성과가 나지 않자 조직 슬림화에 나선 것이다. 인력 절반을 네이버파이낸셜, 스노우, 크림 등 다른 계열사로 이동하고 최소 인력으로 기존 서비스 유지에 들어갔다. 앞서 스노우는 인공지능(AI) 전문 자회사 슈퍼랩스를 흡수합병했다. 2022년 4월 AI 기반 가상인간 및 콘텐츠 제작사로 출범했지만 1년 8개월 만에 해산됐다.
스노우는 네이버에서 수익 창출보다는 신사업을 키우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왔다. 이런 자회사까지 경영 효율화를 단행하자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이나 계열사는 언제든 정리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웹툰도 마찬가지다. 올해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한 만큼 경영 효율화를 진행했다. 지난해 웹툰 원작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자회사 로커스의 중국법인 ‘로커스 상해’와 웹툰 제작사 와이랩 일본 지사인 ‘와이랩 재팬’을 청산했다. 네이버의 북미 웹소설 자회사 왓패드는 지난달 인력의 10%인 직원 20여명을 감원했다. 지난해 3월 40여명을 해고한 이후 두 번째 감원이다.
이들 자회사의 노조 가입률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 노조 관계자는 "임단협을 진행하지 않는 자회사에서 대규모 전환 배치가 진행되면서 이런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올해부터 자회사 교섭에 나서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IT 업계에선 노조의 공동 대응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웹젠, 한글과컴퓨터 등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IT 위원회는 올해부터 ‘IT 임협 연대’를 구축해 함께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경기 불황 여파로 구조조정 칼바람이 거세지면서 공동 대응으로 교섭력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