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집회보다 두 배 규모…카카오 노조 등도 연대
네이버 노조, 신문고 개설 예정…내부 제보 받는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공동성명'(네이버 노조)이 11일 낮 12시 경기 성남시 네이버 제2사옥 '1784' 1층에서 '네이버 리부트 2.0: 불통, 침묵, 퇴행을 거부한다'는 이름으로 집회를 열고 있다. /조소현 기자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의 복귀를 둘러싼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지만, 네이버 경영진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노동조합은 집회 규모를 키우며 정치권 연대까지 검토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공동성명'(네이버 노조)은 11일 낮 12시 경기 성남시 네이버 제2사옥 '1784' 1층에서 최 전 COO의 복귀에 반대하는 두 번째 집회를 열었다. '네이버 리부트 2.0: 불통, 침묵, 퇴행을 거부한다'는 이름의 이번 집회에는 약 250명이 참석해 1차보다 두 배 가까이 규모가 늘었고, 파업 중인 카카오 노조를 포함한 여러 사업장 노조도 함께했다.
'리부트 2.0'은 지난 2021년 7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열린 '리부트 문화제'를 계승한 것이다. 당시에는 약 1000명의 구성원이 고인을 추모하고, 최 전 COO의 책임을 묻는 한편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이번 집회는 지난달 27일 열린 1차 집회 이후 회사 측이 침묵으로 일관한 데 대한 후속 대응이다. 네이버 노조는 최 전 COO 복귀를 둘러싼 조직적 지원 정황과, 2021년 직장 내 괴롭힘 사망 사건 책임 여부에 대해 질의하며 지난달 30일까지의 답변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노조는 네이버 경영진이 사안을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있다는 인식 속에, 대응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노조는 "더 이상 경영진의 침묵과 책임 회피를 좌시할 수 없다"며 "한 사람의 복귀를 넘어서, 네이버가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이 11일 낮 12시 경기 성남시 네이버 제2사옥 '1784' 1층에서 열린 2차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소현 기자
노조는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이사회 의장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수운 네이버 노조 사무장은 "2021년 6월30일, 이 의장은 전 직원에게 '괴롭힘이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졌다면 이는 조직 문화의 문제이며, 권한 분산과 새로운 리더십으로 정면 쇄신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바 있다"며 "그런 말을 해놓고 당시 사건의 핵심 책임자를 복귀시킨 결정은 모순적이며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정대 카카오 노조(크루유니온) 사무장도 "AI 시대에 뒤처질 수 없다며 복귀한 이 의장의 첫 선택은 AI조차 하지 않을 결정이었다"며 "동료를 사지로 내몰고 자신이 말했던 책임마저 외면한 인물을 사업부문 대표로 복귀시키는 것은, (직원들에게 회사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니라는 말을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AI에게 이런 인물의 채용 여부를 물으니, '피해자와 유족, 직원들에게 또 다른 가해가 되는 모욕적인 행위'라며 채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며 "이 의장의 결정을 리더로서 무책임하다고까지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선 IT 업계의 일방적인 경영 결정과 대화 단절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박영준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지부장은 "최근 IT 업종이 힘든 것 같다"며 "카카오, 한컴 등에서 노동자 탄압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은 명백한 악질 범죄"라며 "네이버가 이런 범죄를 막지 못한다면 그 문제는 판교 전역으로 퍼질 것이다. 경영진이 잘못을 했다면, 노동자와 대화하는 것이 당연한데, 이조차 하지 않는다면 이는 범죄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정대 사무장도 "경영진들의 독단과 불통이 카카오와 한컴에서는 임단협 결렬과 파업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노동자를 압박해 얻어낸 성과에도 '너희 몫은 이것 뿐이다'라고 한 뒤 묵묵부답이다. 와중에 대표이사의 연봉은 30~40%가 올랐다. 결국 경영진의 독단과 불통은 본인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네이버 노조는 향후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최 전 COO의 복귀 철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3차, 4차 집회를 이어가고 정치권과의 연대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4년 전에도 정치권에서 많은 관심을 가졌던 사안인데, 다시 같은 책임자를 복귀시키는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당들이 이를 방치하는 것은 더 나은 일터를 만들겠다는 약속과 어긋나는 일이다. 이를 토대로 (의견을) 피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3차 집회는 다음달 2일로 예정돼 있다.
아울러 노조는 '공동성명 신문고 with us'라는 제보 채널을 개설해 내부 제보를 받을 예정이다. 오 지회장은 "건강한 네이버를 만들기 위해 제보를 적극적으로 받으려고 한다"며 "부당하다고 느끼는 일이 있다면 꼭 제보해달라"고 당부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별도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조소현 기자 sohy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