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 로비에서 최인혁 전 COO 복귀를 반대하는 노조 집회가 열렸다. 권유진 기자
지난 3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이사회 의장 복귀 후 네이버 노사 관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AI 경쟁 격화 속 승부수로 복귀를 택했지만 실행 방식을 두고 ‘과거로의 회귀’라는 평가도 나온다.
무슨일이야
네이버 노조(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공동성명’은 27일 오후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 1784에서 집회를 열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죽음에 책임이 있는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 대표의 복귀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점심 시간 사옥 1층에서 진행된 집회엔 조합원 100여 명이 참석했다.
노조는 이날 전체 조합원 5701명을 대상으로 5일간 진행한 최 전 COO 복귀 찬반 총투표 결과도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투표율은 79%였고, 이 중 98.82%가 최 전 COO의 복귀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수운 네이버 노조 사무장은 “최 전 COO의 복귀를 반대하는 건 단순히 한 사람의 복귀를 반대하는 걸 넘어, 조직문화가 강압적이고 억압적이었던 4년 전으로 돌아가서는 안된다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노조가 임금협상 등 처우 외 문제에 대해 총투표까지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2021년 네이버에 재직중이던 40대 개발자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대한 책임이 최 전 COO에게도 있다고 본다. 당시 괴롭힘 당사자로 지목된 임원급 책임리더에 대한 문제 제기를 최 전 COO가 묵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최 전 COO는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2022년 네이버를 완전히 떠났다. 당시 이 의장은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이번 일의 가장 큰 책임은 이 회사를 창업한 저와 경영진에게 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네이버가 최근 신설한 테크비즈니스 부문 초대 대표로 최 전 COO를 내정하면서 논란이 재점화 됐다.
27일 열린 시위에서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 등이 '직장내 괴롭힘 방조 경영진을 규탄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다. 권유진 기자
이게 왜 중요해
네이버는 최 전 COO의 복귀가 최수연 네이버 대표의 의지이고, 이해진 의장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네이버 초기 멤버 중 한 명이자 이 의장의 최측근인 최 전 COO의 복귀에 이 의장의 의중이 완전히 배제됐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 전 COO의 복귀를 이 의장 체제의 상징적인 인사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3월 이 의장의 복귀가 조직 체계 개편 등으로 이어지며 잡음이 계속 되고 있다. 지난 3월엔 전 직원에게 7단계 등급을 매기고 보상을 연동하는 ‘레벨제’를 시범 도입하기로 하면서 한 차례 진통을 겪었다. 네이버 직원 근속 년수가 길어지고, 혁신 기업 보다는 기존 대기업의 분위기가 굳어져 가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레벨제를 꺼내들자 직원들이 반발했다. 회사 측은 “AI 시대에 걸맞은 성과 중심 문화 정착”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내부 경쟁 심화로 피로도만 높이고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불만도 직원들 사이에서 나왔다. 네이버는 1년간 시범 운영을 한 뒤 내년 3월부터 레벨제 기반 인사 체계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이 의장 복귀 이후 변화가, 현 시점 ‘필요한 승부수’가 될지 ‘구시대로의 회귀’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급변하는 AI 경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더 강도높은 쇄신이 필요할 수 있지만, ‘창업자의 이너서클’이 다시 강화되는 건 과거로 복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논란이 있었던 인사가 다시 복귀하고, 레벨제 등 과거에 철회한 방식을 꺼내드는 걸 보면 네이버가 정말 미래를 향하고 있는건지 의문을 갖는 시각도 있다”며 “이런 방식은 젊은 인재들과 글로벌 인재 유치에 있어서도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AI 경쟁 심화에 따른 위기감이 이 의장 복귀의 직접적인 배경인 만큼, 이 의장은 앞으로 관련한 대외활동 계속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한편, 다음 달 초 네이버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주최하는 투자 네트워킹 행사를 찾아 한인 창업가와 엔지니어 등을 만날 예정이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