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5월 19일(월) 오전 8시 30분 1784 1층 로비 피케팅을 시작으로 복귀 반대를 위한 투쟁을 본격화한다. 이날 피케팅에는 네이버 외 계열사 구성원들까지 70여명이 참여해 피케팅과 함께 '직장 내 괴롭힘 책임자, 최인혁의 복귀를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공동성명 오세윤 지회장은 이날 피케팅을 진행하면서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해 복귀를 저지하겠다'고 말하며 매일 점심 시간 피케팅, 전 조합원 대상 '복귀 반대' 총투표 실시, 복귀 반대 집회 등의 행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이 임금, 단체교섭 사안 외에 전 조합원 대상 총투표를 진행하는 것은 노동조합 설립 이후 최초다. 공동성명 측은 총투표 실시 배경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를 채용하고, 괴롭힘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묵과하고, 방조한 C레벨이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떠났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복귀하는 도덕적 해이에 대해 조합원들이 그만큼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견을 수렴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5월 3주차 공동성명 투쟁 일정]
[오세윤 지회장 발언 전문]
4년전 너무나도 가슴아픈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와 함께 일하던 동료가 직장내 괴롭힘 때문에 너무 안타까운 선택을 했고, 우리는 그를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네이버 뿐만 아니라 IT업계에서 많은 분들께서 추모를 하며 우리는 다짐했습니다.
왜 그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내고, 명확하게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당시 네이버 사측이 보여준 대처는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이 일의 진실을 밝히기 보다 가해자 한 명의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며 이 일을 축소하기 급급하였습니다. 이에 공동성명은 자체적으로 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였습니다.
많은 동료분들께서 이 일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너무나도 상세하게 그간 있었던 일을 들려주셨고, 덕분에 이 일의 진실에 매우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결론은 가해자 한명의 잘못이 아니라 시스템 전반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조사 결과 일부를 발췌해서 읽어드리겠습니다.
고인께서는 밤낮없이 과다한 업무를 진행하면서 무리하거나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고, 모욕적인 언행 등 폭력적인 협박을 받으면서도 이를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이 일의 주 행위자인 임원 A 가 이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것은 임원 A가 물리적으로 힘이 센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C 레벨의 권한 뿐 아니라 CIC 및 계열사의 임원을 겸직하며 매우 큰 권한을 갖고 있던 경영진 C가 그를 비호했기 때문입니다. (*경영진 C=당시 최인혁 COO)
A 를 리더로 채용할 당시 조직 구성원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에 대해 경영진C 는 본인이 책임을 지겠다고 했습니다. 3 개월 뒤 해당 조직의 리더들이 경영진 C를 찾아가 A와 함께 일하기 힘들다고 했으나 경영진C 는 이를 묵살했습니다. 이후 오히려 리더A 의 권한이 강화되었고 찾아갔던 리더들 중 일부는 보직에서 해임되었습니다. 이 개편에 충격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하자 경영진 C는 리더들을 불러 퇴사하지 말 것을 손가락 걸고 약속하도록 했습니다. 이후 리더였던 A는 결국 임원으로 승진했습니다.
구성원들이 지속해서 A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경영진 C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묵살했습니다. 용기를 내 문제제기한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인사상 불이익, 그리고 오히려 A의 권한 강화, 승진이었습니다. 구성원들은 어떻게 해도 안된다는 무기력을 학습해야 했습니다. 조직원들을 괴롭고, 고통스럽게 한 행위에 대한 댓가로 보상을 받은 임원 A는 어떻게 생각을 했을까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을 것이고 문제행동을 하며 어떤 거리낌도 없었을 것입니다. 구성원을 고통스럽게 하고, 조직을 병들게 한 임원 A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오히려 면죄부를 부여한 경영진 C가 이래도 책임이 없습니까? 실질적이고, 전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칼을 잘못 휘두른 자도 잘못이 있습니다. 하지만 칼을 잘못 휘두를 게 명백히 보임에도 칼을 쥐어주고, 칼을 잘못 휘두를 때 더 강한 칼을 쥐어준 자의 잘못 역시 결코 칼을 잘못 휘두른 자의 잘못보다 작지 않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공동성명은 경영진 C가 더 이상 임원으로 네이버 뿐만 아니라 전계열사에서 경영자로서 직무를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경영진 C, 즉 최인혁 네이버 경영리더를 네이버 파이낸셜 대표를 포함한 모든 계열사 임원 및 대표직에서도 해임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동성명의 조합원들은 최인혁 경영리더의 해임을 요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함께 행동했습니다.
그 결과 최인혁 리더는 물러났고, 경영진 교체도 이뤄졌습니다. 직장내 괴롭힘 조사 및 징계 과정에 노동조합이 참여하고, 매년 조직문화 진단을 통해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등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도 이루어 냈습니다.
그렇게 4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네이버 사측이 지난주 발표한 알림자료는 구성원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동안 네이버를 더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많은 사람들을 헛수고로 만들어버리는 결정, 구성원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직장내 괴롭힘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최인혁 전 COO 가 복귀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네이버라는 회사는 소수의 경영진이 아닌,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천 명의 구성원들의 헌신으로 성장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이 일에 가장 큰 책임 있는 자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복귀하는 것은 수천 명 구성원의 신뢰를 져버리는 행위이며 재발 방지를 하겠다는 약속을 어기는 행위입니다.
공동성명은 오늘부터 최인혁 대표의 복귀 반대를 위해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할 것입니다.
첫째, 오늘 피케팅을 시작으로 이번주 내내 피케팅을 진행할 것입니다.
둘째, 최인혁 복귀에 대한 조합원 총 투표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겠습니다.
셋째, 다음주 5월 27일 화요일에는 집회도 열겠습니다.
네이버의 경영진은 한 사람의 임원을 챙기겠다고, 수천 명 직원의 신뢰를 잃는 선택을 했습니다.
공동성명, 우리가 바로잡아야 합니다.
공동성명은 반드시 최인혁 전 COO의 복귀를 저지할 것입니다.
당연히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공동성명 조합원 여러분.
우리의 일터를 우리가 지킵시다.
구성원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와 함께 일할 수 없습니다.
우리를 무시하는 결정은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시다.
우리는 많은 일을 함께 해왔습니다. 그동안 불가능해보이던 일도 함께하는 힘으로 실현해왔습니다. 이번에도 그럴 것입니다.
우리 함께 행동해서 반드시 복귀를 저지합시다.
감사합니다.